천주교 이야기

결혼한 수녀님으로 인해 풍비박산한 성당 이야기

악나라 수호자 2023. 11. 9. 18:48

오래전 산골 성당에서 일어나 이야기다. 내용은 간단하다. 수녀님이 성당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평신도와 결혼한 사건이다. 지금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래전, 수녀님들에 대한 환상이 존재했을 때이니 그럴 만도 했겠다. 예전에는 성당에서 수녀님들은 정결의 상징이었다. 아니 예전이 아니라 지금도 수녀님들은 정결의 상징이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처럼 수녀님들에 대한 환상이 예전보다는 못하다. 예전에는 수녀님들의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아서 수녀님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녀님들의 활동 범위도 넓고 다양해져서 수녀님들에 대한 신비감이 예전보다 못한 것은 사실이다.

 

수녀님이라고, 신부님이라고 다 성인군자는 아니다. 신부님도 수녀님도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못한 사람들이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일부 비뚤어진 신부님들의 사고방식을 보면 저런 분들이 어떻게 사제인가, 하는 심한 자괴감을 가질 때가 많다. 악마가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을 잘못된 정의의 이름으로, 예수님의 이름을 팔아 마구 질러대는 모습에서 가톨릭교회가 죽어가는구나, 절망감이 들 때가 있다.

 

간디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나는 예수를 사랑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싫어한다.’ 여기서 기독교인이란 가톨릭과 개신교를 통틀어 하는 말이다. 나도 30년 이상 성당을 다녔지만, 간디의 말을 수도 없이 실감한다. 회의하고 또 실망한다. 그럼에도 성당을 나가는 이유는 내가 의지할 곳은 예수님뿐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죄를 많이 지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찾고, 예수님을 더 찾는 건 아닐지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종교인들이 죄를 지으면서도 성당이나 교회를 나가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필연적으로 죄를 지으면서 살아갈 수뿐이 없는 세상 구조이고, 인간은 본디 죄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숙명적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노인은 얘기했다. 살아가는 것이 죄다.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차이는 죄에 대한 민감한 정도의 차이일 것이다. 종교인은 죄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비종교인은 대체로 죄에 대해 둔감하리라 생각한다.

 

종교인? 신부님? 수녀님? 다 성인(聖人)들이 아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성스럽게 보이는 사람들이 있고, 잘 살았던 사람들이 간혹 있다.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이태석 신부님 같은 분이 한국의 대표적 사제들이다. 종교인, 신부님이나 수녀님? 똑같은 인간이고 똑같이 죄를 지으면서 살아가는데, 하느님과 예수님과 성령의 삼위일체 신앙을 믿고, 안 믿고 차이일 뿐이다. 좋은 말은 다 골라 할 줄 아는 신부님이고 수녀님이지만 행동은 그렇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이것을 비판한다기보다 평범한 인간의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말하는 것뿐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수녀님과 결혼한 남자의 사연은 이렇다. 성당에서 아주 열심히 활동했다. 그런데 아내가 병으로 사망했다. 천주교회는 배우자가 사망하지 않는 한 재혼을 할 수 없고, 이혼한 사람의 재혼은 금기시된다. 재혼할 수도 있지만, 재혼하면 천주교 제도권 안에서 정상적인 종교 생활을 할 수 없다. 남자 혼자서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수녀님은 그 남자와 결혼해 준 것이다. 이것이 수녀님이 남자와 결혼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 이후 그 성당 신자들의 50% 이상이 성당을 나오지 않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성당에서는 세례는 받았지만, 성당에 잘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냉담 신자라고 부르는데, 수녀님의 결혼 이후 50% 이상의 신자들이 냉담 상태로 들어간 것이다. 목사님하고 결혼한 수녀님도 있다. 수녀님 생활하다 안 맞으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같은 성당의 수녀와 평신도가 결혼했으니 희대의 사건일 만도 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있을 수 있고, 이해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수녀님 생활도 만만치 않다. 수녀님 생활하다 수녀원장 보기가 싫어서 우울증과 죽음을 호소한 수녀님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

 

사람이 모인 곳은 다 거기가 거기다. 종교 모임이라고 다른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