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여자들

마크롱 대통령과 나의 여자들 ( 1 ) - 기습적 키스

악나라 수호자 2023. 11. 22. 13:07

대학생일 때였다. 여동생 친구 P가 있었다. 대학생이던 P가 놀러 왔다. 우리 집은 시골이었고, 마당이 있는 50평 정도의 크기였다. 집 울타리는 사방이 돌담으로 이어져 있었다. 밖에서는 우리 집 내부가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마당은 20평 정도였고, 흙으로 다져진 흙 마당이었다. 마당 구석에는 펌프로 땅속에서 물을 퍼 올리는 우물이 있었고, 우물 주위에는 항아리들이 놓여 있었다. 당시 대부분 농가에서는 우물을 가지고 있었다. 마당의 또 다른 구석에는 나무 한 그루를 심었는데 나무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뒷마당도 있었는데, 마당이라기보다 화단이었다.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지만, 식물들도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내 방을 가지고 있었고, 방에는 책상과 약간의 책들이 꽂혀 있는 책장이 있었으며, 벽에는 옷가지들이 널려 있었다. 기억력의 한계로 계절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여름이 아니었던 건 확실하다. P의 옷차림이 가볍지는 않았으니까.

 

P는 시골에서는 도회지에 속하는 읍내에 살았는데, 자주 우리 집에 놀러 왔었다. 우리 집에 놀러 온 그날, 부모님과 여동생은 잠깐 자리를 비웠었다. 집에는 나와 P만이 내 방에 있었다. 나는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었다. P는 내 책상의 다른 의자에 앉아서 함께 이것저것 뒤적거렸다. P가 먼저 내게 장난스럽게 입술을 삐쭉 내밀며 키스하려는 몸짓을 보였다. 몇 번의 몸짓을 거듭하더니 P는 기습적으로 내게 키스했다.

나는 웃으며 야, 뭐 하는 거야, 하고 민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도 P는 반복적으로 키스를 요구했다. 장난인 듯 아닌 듯, 나는 헛갈렸다. P가 말했다. 오빠, 나 싫어! 싫고 좋고가 어디 있어, 내가 말했다. P의 장난인 듯 아닌 듯한 요구에 내가 시큰둥하게 반응하자, P는 아고, 따분해 잠이나 자자, 하며 바닥에 누웠다. P를 이성으로 생각하거나 말거나 할 계제가 아니었다. 자주 우리 집에 놀러 왔기 때문에, 그저 여동생 친구로서 편하게 대했다.

나는 대학생이었지만 순진한 편이라서 반복적인 P의 기습에 솔직히 겁이 났다. 부모님이나 여동생이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생각했다. 여자들이 대범하단 생각이 들 때가 많다. P는 내 방에서 잠이 들었다. 잠이 들었던 건지 잠자는 척을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책상에 내려와 P의 옆에 앉았다. 잠자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미안한 맘도 들었다. P의 잠자는 모습이 아련했다. 글쎄 왜 그랬을까? 이해되지 않았다. 이해를 초월하는 게 감정이고 몸의 반응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P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P의 두툼한 가슴 감촉이 느껴졌다. 옷 속이 아닌 옷 밖이라도 여자의 가슴을 만진다는 건 설레는 일이다. 앞으로 다른 여자와의 관계에서도 반복해서 나오겠지만 나는 여자의 가슴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여자의 다리에, 어떤 사람은 여자의 눈에 등 남자들이 여자에게 느끼는 매력 포인트는 각각 다르다. 나는 오랫동안 P의 가슴을 만졌다. P는 거부하지 않았고 미동이 없었다. 밖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있어서 가슴 만지는 것을 중단했다.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P는 일어났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다.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고, 어쩔 줄을 몰라 허둥거렸다. P는 마당으로 나갔다. 우물가로 가서 물을 마셨다. 마당에서 마약에 취한 듯 걸어 다녔다. 마약에 취한 사람을 대면한 적은 없지만 그렇게 보였다. 여동생이 P에게 물었다. 야, 너 왜 그래! P는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냐! 괜찮아.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여자를 느꼈을 때였다. P는 분명히 감정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고 있는 터였다.

 

그 이후로도 P는 우리 집에 이따금 놀러 왔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진전은 없었다. P는 의미심장하게 이런 말을 두 번 정도 했다. 오빠, 나 생각나지 않아? 책임져야 하는 거 아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책임지라는 말에 겁이 났다. 지금 세대에는 상상도 가지 않는 이야기이지만 당시에는, 여자들의 순결에 대해 극도로 예민할 때였다.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사건이 될 만한 시대였다. 책임져야 하는 거 아냐, 하는 P의 말에 나는 반응하지 않았다. 책임지기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책임, 이라는 말에 겁이 났었다. 당시에는 여자를 건드리면 책임, 이라는 말이 화두였다.

 

시간은 흘렀고, 우리는 의식했는지 아닌지 모르게 우리의 인연은 연결되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서로가 결혼도 했을 때 명절을 맞아 P가 동생을 만나러 우리 집에 왔었다. P가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 나 생각나지 않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민망스러웠다. 여자들은 대범하다. 남자와는 다른 무엇이 있는 거 같다.

 

내가 P를 잊은 건 아니었다. 나는 자위행위를 할 때 그 대상으로 이따금 P를 떠 올린다. P의 맨살 젖가슴을 만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녀의 맨살 젖가슴은 어땠을까, 생각이 난다. 지금 잘살고 있으면 좋겠다. 키는 크지 않았지만, 항상 명랑한 단발머리의 P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키스의 맛을 느끼지 못한 첫 키스 상대였던 P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