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여자들

마크롱 대통령과 나의 여자들 ( 2 ) - 청량리역 광장에서 가슴까지

악나라 수호자 2023. 11. 23. 17:39

대학생일 때였다. 청량리역 지하철에서 내려 청량리역 광장을 거닐다 여자를 만났다. 지금이야 여자에게 섣불리 접근하다간 성추행 등 낭패를 보기 십상이지만, 당시 남자들에겐 길거리 여자 헌팅이 낭만인 시대였고 화두였다. 여자는 무거운 짐을 손에 들고 있었다. 키는 작았고 몸매는 아담했으며 단발머리에 반 팔의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손에 들었던 짐이 무거워서였는지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여름이었을 것이다. 방학으로 집에 내려갈 무렵이었으니까.

 

여자의 짐이 무거워 보였다. 도와줄까요? 하고 물었다. 여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건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는 증거다. 마음에 들지 않은 여자에게 다가가는 남자는 없으니까. 이쁘면 모든 게 용서되는 곳이 남자의 세계다. 나의 물음에 여자는 가볍게 웃었다. 거절하지 않는 여자의 웃음은 긍정의 신호다. 내가 연애의 문외한이지만 이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당시에는 진리이고 낭만이었지만 지금 시대에, 여자가 그렇게 반응했다면 무관심과 냉소의 신호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접근금지 사이렌이 울렸을 것이다. 나는 여자의 가방을 함께 들었다. 여자의 손가락과 내 손가락이 부딪혔다. 나는 가볍게 여자의 손가락을 만졌다. 여자는 가만히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여자의 손을 잡았다. 여자는 여전히 가만히 있었다.

 

완행열차는 사람들로 붐볐다. 앉아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완행열차는 먼저 앉는 게 임자다. 여자의 무거운 짐으로 인해, 함께 이동해야 하는 속도로 인해, 내 손에 잡힌 여자의 은밀한 손의 감촉으로 내 중심이 약간 서 있던 관계로, 우리의 이동은 느렸다. 우리는 열차의 구석에서 자리를 잡았다. 붐비는 사람들로 인해 나와 여자는 몸을 밀착할 수 있었다. 나는 여자를 보호해야 했기에 뒤에서 여자의 배에 손을 감았다. 내 아랫도리는 여자의 엉덩이에 밀착되었다. 그것이 살짝 서는 느낌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여자는 가만히 있었다. 나는 여자의 배 옷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여자의 보드라운 살결이 만져졌다. 여자는 가만히 있었다. 여자의 배가 뜨거워졌다.

나는 내 손을 여자의 가슴까지 올렸다가 재빨리 내렸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내 손의 아쉬움은 여자의 가슴 근방까지 왕래를 반복했다.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더 올라와도 괜찮아. 나는 여자의 브라자 밑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여자의 가슴은 팽창되어 있었고, 작은 젖꼭지가 만져졌다. 전에 경험했던 누나의 젖꼭지는 제법 큰 것으로 기억되는데 이렇게 작을 수도 있구나 생각되었다. 조금 세게 젖꼭지를 만졌다. 여자가 순간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가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갔다.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내게 다시 귓속말을 했다. 아프지 않게 천천히. 우리는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오랫동안 밀착해 있었다. 내 중심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고, 여자의 가슴은 터질듯이 팽창되어 있어서 윤기가 흐르는 듯 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팽창되어 있었던 여자의 가슴을 만져 본적은 없었다.

 

나는 목적지에 도착해 먼저 내렸고, 그 여자는 더 가야 했다. 이 정도 관계 진전이면 당연히 전화번호를 교환했겠지만, 당시는 휴대폰이 없을 때였으니 다시 만나는 방법은 어려운 일이거나 복잡한 일이었다. 나는 그 이후 종종 생각했다. 왜 그 여자를 끝까지 따라가지 않았을까? 따라갔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하지 않았을까. 나는 순진한 남자였기 때문에 여자를 어떻게 다룰 줄 몰랐다. 마무리를 할 줄 몰랐다. 따라갈 용기도 없었다. 따라가지 않았던 나를 보고 여자는 무슨 생각했을까. 나를 바보 등신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이 새끼 뭐야, 나를 가지고 논 거야, 했을까. 기약도 없이 헤어진 우리는 그것이 끝이었다. 나는 여자를 따라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시골이 고향이었던 나는 열차 편으로 서울과 고향을 오가며 열차에서 이런 낭만들을 자주 경험했다. 열차를 타면 오늘은 옆자리에 어떤 여자가 탈까, 은근슬쩍 기대하는 설렘이 있었다. 나이 많은 여자나 남자가 타면 기분이 텁텁한 날이 되었다. 열차에서 꽃피었던 낭만은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반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