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적 자서전

성인군자 같은 나쁜 놈, 죽일 놈

악나라 수호자 2023. 10. 30. 10:43

나는 성기의 나라에서 천상의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꿈 같은 생활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이따금 떠오르는 적들에 대한 그리움, 죄의식 때문에 우울증이 반복됐습니다. 적들의 어린 시절! 그들에게 왜? 화를 냈을까! 적들을 위해 동물적으로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적들에게 풍요로운 생활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의식과 한탄이 성기의 나라 생활을 방해했습니다.

 

성기의 나라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는 스승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위로해 주었습니다. 성기야 들어라, 인간의 내면에는 짐승과 천사가 공존한다, 선과 악이 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선의 결핍이 악이며, 악의 부존재가 선이다. 인간은 선악의 경계에서 서성이다가 무게 중심의 이동에 따라 성인과 악인의 길을 선택한다.

 

인간의 내면을 날것으로 드러내면 위태롭고 징그럽다. 인간은 자신을 숨기고 가면으로 산다. 가면을 벗고 싶다, 갑갑하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위해 헌신했지만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외면했다. 시골의 땅을 다 팔아서, 중동의 사막에서 노동하며, 읍내를 다니며 행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키웠지만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해 드린 게 없다.

 

사업 자금을 위한 아버지의 보증 거부로 아버지를 외면했으며, 아버지는 보증 거부에 대한 미안함으로 임종 직전에도 나를 찾았지만 먼 거리에 거주했던 나는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했다. 나는 삼일 밤낮으로 아버지의 영정 앞에서 울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빠의 눈물은 위선이다. 할아버지를 5년 이상 찾지 않았는데, 어떻게 삼일 밤낮으로 울 수 있는가? 그런 감정이 도대체 어떻게 생기는가?

 

나는 그 후, 아들을 로봇이라 불렀다. 이성만 있고 감정이 없는! 부자의 감정으로, 인간의 감정으로 흘린 눈물이지만 아들은 그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성만 존재했기에!  그것은 문화적으로 다가온 충격이었다. 기계를 키우고 있다는 오싹함! 세대 차이는 컸다.

 

아버지는 유산을 남겼다. 유산의 분배 과정에서 장남인 나는 배제되었다. 어머니에게 분노했다. xx 같은 막말이 튀어 나왔다. XX 같은 놈! 남동생의 막말을 나도 들었다달려가 동생을 단칼에 죽이고 싶었다. 멀리까지 달려갈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했다살인을 피한 건 좋은 일이고 다시 만날 수 없는 건 불행한 일이다.

 

어머니로서의 어머니 모습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어머니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에어머니 당신이 살기 위해 아들을 외면하는 모습에서 현실을 먹고 사는 여자의 무서운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아내가 죽으면 남자의 상처는 3년을 견뎌야 아물지만, 남편이 죽으면 여자의 상처는 3개월이면 아문다는 성기의 복음! 성기의 나라에서 접한 성기의 복음은 여자로서의 어머니를 잊는 데 도움을 주었다.

 

시간은 흘렀고, 좋은 남자를 만나기도 했다. 좋은 남자들을 만나면서 또 다른 우울증이 찾아 왔다. 자식에게는 자상하고 친구 같은 좋은 아빠, 부모에게는 예의 바르게 효도하는 남자! 남자를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못 난 놈일까! 자책하고 반성하다가도 반성하면서 어머니와 동생과 화해를 시도할까 하다가도

 

하다가도 돌발적으로 발생 가능한 동생과의 충돌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가족 상봉을 포기하고 다른 노인들에게 봉사하며, 부모에게 참회하라는 성기의 복음을 충실히 따르며 살고 있다고, 스승은 힘주어 말했습니다. 스승이 말했습니다. 어때! ? 엄청 나쁜 놈이지! 스승의 말이 끝나자 나의 과거가 회상되었습니다.

 

딸의 목소리가 듣고 싶고, 딸의 얼굴이 보고 싶고, 딸의 이름만 보아도 설렌다고! 메일을 보낸 내게, 아빠를 보면 폭력 이미지가 떠 오른다고! 한국에 있었으면 아빠가 못 살기를 바랬을 거라고! 멀리 캐나다에 있으니까, 아빠 잘 되기를 바란다고! 아빠에 대한 폭력 이미지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아빠가 원한다면 아빠에 대한 무서움을 이기고 아빠를 만나겠지만, 그건 모험과 상처가 될 거라고! 결혼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게 최상이라고! 딸은 무지막지한 답장 메일을 보냈습니다.

 

기쁨과 설렘으로 공군에 있던 아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아들은 아빠 면회를 위해 부대 정문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비상 근무 상태라는 아들의 해명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혼동과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반가움보다는 쌀쌀한 감정을 어둠 속에서 빛의 속도로 통신선에 실어 보냈습니다.

 

위병소에서 낯선 중년은 떨고 있었습니다. 찬 바람이 중년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비틀거리며 위병소를 나오는 데 헌병이 따라왔습니다. 괜찮으세요, 아버님!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손을 저으며, 괜찮다는 의사 표시를 했습니다. 찬 바람은 불고, 몇몇 사람들이 걸어가고, 가로등과 상점들의 불빛은 그대로였는데, 어둠과 쓸쓸함과 외로움과 으스스한 기운이 돌아오는 승용차 내부를 부유했습니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들 잘 만났어? 의젓해, 군대 가면 변한다더니 아들이 싹싹해! 아주 좋았어! 통화 중 말을 이어 하지 못했습니다, 눈물이 나와서. 운전 중이니 다시 전화하겠다고! 친구의 말을 끊었습니다. 이틀에 걸쳐 발생한 두 사건으로 쓸쓸하고 고통스러운 밤이 되었습니다. 밤마다 시내를 배회하다가 집으로 들어와서는 두 주먹으로 벽을 치고, 울부짖으며 방바닥을 굴렀습니다. 적들의 깊은 속마음을 정면으로 사색한 암울했던 그 시간!

 

중견 사제의 울림 있는 강의가 뇌리를 부유했습니다. 신의 나라는 죄인들의 공동체다죄인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공간이 신의 나라다. 인간은 누구나 죄인이고, 신의 나라는 그들의 안식처다. 신의 나라는 죄에 민감해지도록 가르치지만, 죄의식에 지나치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개인의 자유 의지와 사랑을 존중하며, 모든 인간은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착한 일을 하고 올바른 품성을 갖도록 가르치지만, 개인의 정신이 최고의 평화를 유지하도록 보살핀다. 용서는 인간이 아니라 신의 영역이다. 인간의 용서는 불가능의 한 부분이다. 사랑하는 것보다 용서하는 것이 더 어렵다. 신이 주는 용서에 대한 자의식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기후로부터 멀어져라, 공존할 수 없으니까!

 

스승과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 나는 부연해서 스승에게 고백했습니다. 신의 나라에서 종종 성인군자로 인정받았습니다, 사람들을 위로하는 특별한 능력도 있었습니다. 나쁜 아빠,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아빠였습니다. 가족 부양보다는 신의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습니다. 가족과 경제력을 걱정하면서도 신의 일에 집중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모순 앞에서 몸서리쳤지만, 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신의 일을 그만두지 못했습니다동물적으로 가정을 돌보고도 싶었지만, 동물적 삶으로는 영적인 허기를 채울 수 없었습니다. 가족의 불안은 증가했지만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내부적으로는 불안했습니다. 가족은 흩어졌고 나를 버렸습니다. 신의 일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여전합니다.

 

신의 나라에서는 나쁜 놈 죽일 놈인 나의 잘못을 묻지 않았고, 돈 없어도 마음만으로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 집처럼 편합니다. 헌금에 대한 부담도 없습니다헌금을 많이 내지 않아도 눈치 볼 필요가 없습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매주 1,000원으로 헌금 의무를 다하는 가난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가난할수록 도움을 받습니다. 그것이 교황의 가르침입니다. 가난한 이웃에 대한 연민과 사랑만 있으면 됩니다. 가족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신의 나라 활동이야나 자신의 모순에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모순과 가짜로 뒤범벅된 세상이 위안을 주었습니다. 신의 나라도 나와 같은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이따금 출현하는 세상보다 더 추잡한 신의 나라 모습은 내게는 절망적인 희망을 주었습니다. 인간이 모인 곳은 그곳이 세상이든 신의 나라든 모순과 가짜와 위선의 굴레에서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리다가, 버둥거리다가 성기의 나라에 도착했습니다. 나를 찾는 성기의 나라, 성기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